왕과 사는 남자, 1384만 관객 돌파 신드롬
2026년 한국 영화계는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월 4일 개봉 이후 연일 흥행 신기록을 써 내려가며, 3월 18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384만 6,269명을 돌파,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침체되었던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물론,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과 재미로 '왕사남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비극적 역사 속, 사람의 온기를 담다

영화는 조선 제6대 왕 단종(박지훈 분)이 계유정난으로 왕위에서 쫓겨나 강원도 영월 청령포로 유배된 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마을의 부흥을 위해 스스로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와 어린 선왕 단종이 함께 보내는 마지막 시간을 담담하면서도 깊은 울림으로 그려냈다.

장항준 감독은 권력의 비정함보다는 거대한 역사의 풍랑 속에서도 곁을 지켰던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에 집중했다. 역사적 사실의 빈 행간을 사람의 온기로 채워 넣어,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

* 엄흥도 (유해진 분): 마을을 살리기 위해 폐위된 왕의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 인간적인 고뇌를 생활 연기로 풀어내 극의 중심을 잡는다.
* 단종 (이홍위, 박지훈 분):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
* 한명회 (유지태 분): 극 중 악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새로운 해석의 한명회.
* 매화 (전미도 분): 궁녀.
* 그 외: 박지환, 이준혁, 안재홍 등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합세하여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1,384만 관객 돌파, 흥행 돌풍의 비결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설 연휴를 겨냥한 개봉 전략, 경쟁작보다 빠른 개봉으로 입소문을 선점한 마케팅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개봉 31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개봉 40일째인 3월 15일에는 누적 관객 수 1,346만 명을 넘어서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었던 '서울의 봄'의 기록을 경신했다. 3월 18일에는 1,384만 관객을 돌파하며 '겨울왕국 2'를 제치고 역대 흥행 6위에 올라섰다.

세계도 울었다, 국경 넘은 감동

'왕과 사는 남자'의 감동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2월 13일부터 미국, 캐나다 등 북미 50여 개 도시에서 순차적으로 개봉했으며, 호주, 대만, 뉴질랜드 등에서도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북미에서는 '왕의 교도소장(The King's Warden)'이라는 직관적인 제목으로 개봉했으며, 해외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관객 평점 96%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강렬하고, 재미있고, 매력적이고, 감정적이고, 매우 슬프고도 감동적이다", "계급과 나이를 초월한 순수하고 진심 어린 우정이 있다" 등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 역사를 잘 모르는 해외 관객들조차 영화의 결말에 충격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 언어와 국경을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했음을 보여준다. 일부 관객은 "단종을 죽인 범인은 '오징어 게임' 456번"이라며 영화 '관상'의 이정재를 언급하는 등 영화를 통해 한국 역사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감독과 제작진, 그리고 계속되는 이야기

예상치 못한 큰 성공에 장항준 감독은 "점점 더 버거워진다, 내 깜냥으로는"이라며 솔직한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각종 방송과 행사,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영화의 흥행을 이끌고 있다. 그의 따뜻한 시선과 대중과의 소통 능력이 영화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왕과 사는 남자'는 오는 4월 24일 개막하는 제28회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 영화제 메인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다시 한번 세계 무대에 오른다. 우디네 극동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깊은 울림을 전하는 동시에 오락성까지 갖춘 작품"이라며 "전 세계 관객들이 편안하게 공감하며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한편, 영화의 흥행과 함께 표절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2000년대 드라마 '엄흥도' 시나리오 작가의 유족 측이 주요 설정의 유사성을 주장한 것이다. 이에 제작사 온다웍스 측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순수 창작물"이라며 "표절은 사실무근이며 법적 절차를 포함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제작사 임은정 대표는 원안 단계부터 모든 작업 과정에 대한 기록과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왕과 사는 남자'는 단순한 흥행 영화를 넘어, 침체된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시대와 국경을 넘어 모든 이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