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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우리가 여전히 이상(李箱)을 읽는 이유

블로그매니아입니다 2026. 4. 5.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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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5일, 문득 '이상'이라는 이름을 검색창에 넣었다. 현직 대통령이나 주목받는 정치인,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 중 동명이인이 있을까 하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검색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특정 인물에 대한 정보 대신, 프로야구 경기 시간을 알리는 문구나 건강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 수치를 나타내는 표현 속에서 '이상'이라는 단어만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이 텅 빈 검색 결과는 역설적으로 한 사람의 이름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1937년, 26세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89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문제적이고 현대적인 작가로 남아있는 이름, 바로 시인이자 소설가 이상(李箱, 본명 김해경)이다. 현시대에 그의 이름을 딴 유명인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그의 문학적 존재감을 더욱 기이하고 독보적으로 만든다. 왜 우리는 2026년에도 여전히 이상을 이야기하고 그의 글을 읽는 것일까?



 

 



 

시대를 초월한 모더니스트, 건축가적 사유

 





이상의 문학을 관통하는 핵심은 '모더니즘'이다. 그가 활동했던 1930년대는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였지만, 동시에 서구의 새로운 문물과 사상이 물밀듯이 들어오던 격동의 시기이기도 했다. 이상은 이 혼란스러운 시대의 감각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포착했다. 그는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조선총독부 건축 기사로 일했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이러한 배경은 그의 작품 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의 시에는 단순한 감성의 나열이 아닌, 마치 설계도를 그리듯 언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건축가적 사유가 깃들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시 「건축무한육면각체」와 「오감도」다. 특히 1934년 《조선중앙일보》에 연재를 시작한 「오감도」는 독자들의 거센 항의로 15회 만에 중단되는 사태를 겪을 만큼 파격적이었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라는 유명한 첫 구절로 시작하는 이 시는 기존의 시 문법을 완전히 파괴하며 불안과 공포라는 현대인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숫자와 기호, 뒤집힌 활자 등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식민지 지식인의 분열된 자아와 세상의 부조리를 표현하는 그만의 정교한 장치였다.



 

 



 

박제된 천재의 자화상, 소설 「날개」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상의 대표 단편소설 「날개」는 발표된 지 9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해석을 낳고 있다. 이 소설은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여 무기력한 지식인인 '나'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주인공 '나'는 매춘부인 아내의 방에 기생하며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살아간다. 아내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무의미한 일상을 연명하는 그의 모습은 당시 식민지 사회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고 무력감에 빠진 지식인의 모습을 상징한다. 방 안에 갇혀 있던 '나'가 점차 거리로, 경성역으로, 그리고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으로 공간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은 자아를 회복하고 현실과 대면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으로 읽힌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라는 마지막 독백은 끝내 좌절된 비상(飛上)의 꿈을 암시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분열된 자아의 기록, 「거울」과 그 너머

 





이상의 작품 세계에서 '거울'은 자아 분열을 상징하는 핵심적인 소재다. 시 「거울」에서 그는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라며 거울 속의 나와 현실의 내가 소통할 수 없는 단절의 상태를 노래한다. 거울 속의 나는 현실의 나와 꼭 닮았지만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영원히 반대편에 서 있는 존재다.




이러한 분열된 자의식은 그가 겪었던 불우한 유년 시절과도 무관하지 않다. 본명인 김해경 대신 '이상'이라는 필명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지만, 친부모를 떠나 큰아버지의 양자로 입양되어 정서적 불안을 겪었던 그의 성장 과정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그는 그림에도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지만 화가가 되길 반대하는 백부의 뜻에 따라 건축을 전공해야 했다. 이러한 억압된 욕망과 정체성의 혼란은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2026년, 이상을 다시 읽는다는 것

 





폐결핵으로 스물여섯 해의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가 남긴 작품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의 시는 난해하고 소설은 기괴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1930년대 식민지 경성을 넘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불안과 소외, 정체성의 문제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최근에는 물리학, 전자기학 등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그의 시를 분석하려는 새로운 시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그의 작품이 단순히 문학의 영역을 넘어 시대를 앞서간 사상과 철학을 담고 있음을 증명한다.




2026년의 우리가 여전히 이상을 읽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문학은 낡은 박물관에 갇힌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살아있는 텍스트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고독과 좌절,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아오르길 꿈꾸는 인간의 의지를 마주하게 된다. 오늘, 그의 이름이 최신 뉴스 검색 결과에는 없었지만, 그의 문학은 여전히 가장 현대적인 이슈로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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