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31일, 국내 증시는 그야말로 '검은 화요일'을 맞았다. 미국과 이란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관련주가 폭락하면서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부터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직격탄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3% 이상, 한때는 4% 넘게 급락하며 5,072.08포인트까지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시점에서는 5,058.79포인트까지 떨어지며 '전쟁 발발 이후'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러한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이 즉시 개방되지 않을 경우 이란의 주요 시설을 폭격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 여기에 미군 지상군 및 특수부대 수백 명이 중동에 배치되었다는 소식은 확전 우려를 키우며 투자 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반도체 쇼크, 겹악재로 작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간밤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주식이 폭락한 것도 국내 증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4.23% 급락했으며, 특히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9.88%나 폭락했다. 이러한 뉴욕발 악재는 국내 AI 및 반도체 섹터에 대한 약세 심리를 확산시켰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최근 구글이 발표한 '터보퀀트' 기술도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기술은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메모리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시총 상위 종목 줄줄이 하락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일제히 파란불을 켰다. 대한민국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장 초반 약 4.6% 급락하며 16만 원대까지 주저앉았고, SK하이닉스는 7% 넘게 폭락하며 81만 원대에서 거래되었다. 현대차, 기아, LG에너지솔루션 등 다른 주요 종목들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불안한 수급과 환율 급등

수급 상황도 좋지 않았다.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 방어에 힘썼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동반 순매도를 기록하며 하락을 부추겼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코스피 시장에서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원/달러 환율 급등도 증시에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4.2원 오른 1,519.9원으로 출발했으며, 장중 한때 1,520원을 넘어서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지속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며, 중동 사태의 전개 방향과 글로벌 반도체 업황 추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실질적인 위협으로 번질 경우 코스피 5,000선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