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9일, 대한민국 연극계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대모로 불리는 배우 손숙이 다시 한번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81세라는 나이, 그리고 한쪽 시력을 잃게 한 황반변성이라는 병마도 그녀의 연기 열정과 손녀를 향한 사랑 앞에서는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바로 어제(18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외손녀인 배우 하예린과 함께 출연하며 보여준 그녀의 모습은 단순한 근황 공개를 넘어, 한 명의 배우로서, 그리고 한 명의 할머니로서 살아가는 삶의 깊이를 느끼게 했다.

시련을 넘어선 배우의 혼: 황반변성과 녹음 대본

손숙은 10년 넘게 황반변성을 앓아왔다. 이 병은 그녀에게서 한쪽 눈의 시력을 앗아갔고, 이제는 글씨를 읽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배우에게 대본을 읽지 못한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을 터.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딸이 대사를 직접 녹음해주면, 그것을 수백 번씩 들어가며 외우는 방식으로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빛이 없으면 너무 어두워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도 그녀는 무대와 카메라 앞을 떠나지 않았다. 이는 연기가 그녀의 삶 그 자체임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그녀의 열정은 외손녀 하예린의 작품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넷플릭스 화제작 '브리저튼 시즌4'의 주연으로 발탁된 손녀의 연기를 보기 위해, 그녀는 TV 앞에 바싹 붙어 앉아 공개된 에피소드 4편을 하루 만에 모두 시청했다. 시력이 좋지 않아 TV 시청 자체가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손녀의 첫 주연작을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할머니의 사랑이 느껴지는 일화다.

'국민 배우'에서 '하예린 할머니'로, 자랑스러운 이름

손숙은 1963년 데뷔 이래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극,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대한민국 문화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제6대 환경부 장관을 역임하며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요즘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호칭은 다름 아닌 '하예린의 할머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그녀는 외손녀 하예린이 '브리저튼 시즌4'의 아시아계 최초 여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이제는 '하예린의 외할머니 손숙'으로 불리게 됐다"며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훈훈함을 안겼다.

물론, 조손 사이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공개됐다. 하예린이 '브리저튼4' 합격 소식을 바로 알리지 않아 서운한 마음에 딸과 크게 다퉜다는 일화는 그녀가 얼마나 손녀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작품 속 일부 '야한 장면'에 대해서는 "나도 배우니까 아닌 척해보지만 민망스럽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아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그녀는 손녀의 성공을 누구보다 기뻐하고 응원하며, 때로는 평범한 할머니처럼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으로 우리 곁에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꺼지지 않는 불꽃, 배우 손숙의 내일을 기대하며

81세의 노배우가 한쪽 시력을 잃은 채, 귀로 대본을 외워가며 연기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큰 감동을 준다. 더 나아가 세계적인 스타가 된 손녀의 활약을 지켜보며 "이제는 하예린의 할머니"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은 한 시대의 아이콘이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보내는 가장 아름다운 찬사이자 지지일 것이다.

손숙의 삶은 시련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와 사랑하는 이를 향한 끝없는 지지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준다. 그녀의 연기 인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그녀가 앞으로 또 어떤 무대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영감을 줄지 기대하게 만든다. '배우 손숙'과 '하예린의 할머니 손숙', 그 모든 이름으로 불릴 그녀의 내일을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