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9일, '김훈'이라는 이름이 대한민국 사회에 충격과 혼란을 동시에 던지고 있다. 한 명은 잔혹한 스토킹 살인 사건으로 신상이 공개된 피의자이며, 다른 한 명은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거장 소설가다. 극과 극의 인생을 살아온 두 동명이인의 이야기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전동드릴과 전자발찌, 공개된 피의자 김훈의 얼굴

오늘(19일) 경기북부경찰청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훈(44)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는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범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었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신상 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공개된 정보는 그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운전면허증 사진이다. 김훈이 검거 당시 약물을 복용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해, 머그샷(범죄자 인상착의 기록사진) 대신 본인 동의하에 면허증 사진으로 대체되었다.

김훈은 지난 3월 14일 오전 8시 58분경,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의 한 도로에서 과거 교제했던 2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외길에서 A씨의 차량을 가로막은 뒤, 미리 준비한 전동드릴로 차창을 깨고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되었다. 범행 직후 그는 과거 성범죄 전력으로 부착하고 있던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으나, 약 1시간 만에 양평군 국도에 주차된 자신의 차 안에서 검거되었다.

검거 당시 김훈은 소주와 함께 불상의 약물을 다량 복용한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지난 17일 구속되었다. 현재 건강을 다소 회복하여 조사를 받고 있지만, 범행 동기 등 핵심적인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진술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된 범죄의 정황과 무너진 안전망

김훈의 "기억나지 않는다"는 주장과 달리, 수사 과정에서 그의 범행이 치밀하게 계획되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는 범행 전날인 12일과 13일, 피해자의 직장 주변을 맴돌며 사전 답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이전에는 피해자 A씨의 차량에서 김훈이 부착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추적 장치가 두 차례나 발견되기도 했다.

피해자는 극심한 공포 속에서 여러 차례 거처를 옮기는 등 지속적인 스토킹 피해를 호소해왔다. 김훈은 이미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와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대상자로, 피해자에게 연락하거나 주거 및 직장 100m 이내로 접근이 금지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조치들은 결국 비극을 막지 못했다.

이번 사건은 전자발찌 착용자에 대한 관리 부실과 스토킹 범죄에 대한 현행 제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재범 위험이 높은 가해자였음에도 유치장 격리나 구속영장 신청 등 실질적인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지적되면서 경찰의 사전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경찰청은 전국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스토킹 및 가정폭력 사건 약 1만 5천여 건에 대한 전수 점검에 착수했으며, 고위험 가해자에 대한 격리 방안 마련과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나의 이름, 또 다른 삶: 소설가 김훈

잔혹한 범죄 소식과 함께, 한국 문학계의 거장인 소설가 김훈(1948년생)이 동명이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소설가 김훈은 기자 출신으로, 날카롭고 힘 있는 문체로 시대를 관통하는 굵직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일보 등 여러 언론사에서 기자로 활동하다 2004년부터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01년 출간한 장편소설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고, 이후 『남한산성』, 『흑산』, 『하얼빈』 등 수많은 역작을 발표했다. 또한, 『자전거 여행』, 『라면을 끓이며』 등의 산문집을 통해 일상과 사유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며 폭넓은 독자층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의 작품들은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유려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문학평론가 남진우는 그를 '문장가라는 예스러운 명칭이 어색하지 않은 우리 세대의 몇 안 되는 글쟁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2024년 6월에는 신간 수필집 『허송세월』을 펴내는 등 꾸준한 집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한 이름 아래 너무나도 다른 두 개의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한 명은 한 생명을 무참히 짓밟은 가해자로 기록되었고, 다른 한 명은 수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가로 존경받고 있다. 2026년 3월 19일, '김훈'이라는 이름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단면과 가장 빛나는 성취를 동시에 상징하는 이름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