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첫 번째 남자'라는 키워드가 정치와 문화계 양쪽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성 국가원수의 배우자를 지칭하는 용어와 현재 방영 중인 인기 드라마의 제목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퍼스트레이디'라는 단어에 익숙했던 대중에게 '첫 번째 남자(First Gentleman)'는 낯설면서도, 시대의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표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치 무대 위, 새로운 역할 모델의 등장

전통적으로 국가 지도자의 배우자는 '퍼스트레이디'로 불리며 내조와 부드러운 외교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여성 지도자가 증가하면서, 그들의 남성 배우자인 '첫 번째 남자'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지도자의 배우자를 넘어, 새로운 시대의 남성상을 제시하는 역할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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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 야마모토 다쿠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이웃 나라 일본이다. 2025년 10월, 다카이치 사나에가 일본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하면서 그의 남편 야마모토 다쿠가 일본 최초의 '첫 번째 남자'가 되었다. 다카이치 총리보다 9살 많은 야마모토 다쿠는 중의원 8선 경력의 정치계 선배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관계는 여러 면에서 화제가 되었다. 2004년 결혼 후 정치적 견해 차이로 2017년 이혼했다가, 2021년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자 야마모토 전 의원이 전면적으로 지원하며 재결합한 이력이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재혼 과정에서 '가위바위보'를 통해 남편인 야마모토가 아내의 성(姓)인 '다카이치'로 법적 성을 변경한 것이다. 이는 부부동성(夫婦同姓)을 원칙으로 하는 일본 사회에서 이례적인 일로, 아내의 정치적 행보를 존중하고 지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야마모토 다쿠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스텔스 남편'이라 칭하며, 아내의 정치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로 그는 조리사 자격증을 활용해 "부엌은 나의 성(城)이니 들어오지 마라"고 말하며 요리를 도맡아 하는 등 그림자 내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24년 뇌경색으로 쓰러져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정치 활동을 묵묵히 지지하는 그의 모습은 일본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며 '첫 번째 남자'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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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의 파트너, 그들의 이야기

'첫 번째 남자'의 등장은 비단 일본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세컨드 젠틀맨(부통령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배우자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아내의 정치 경력을 위해 자신의 일을 그만두고 외조에 전념하며, 반유대주의와 같은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등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첫 번째 남자'들은 과거의 권위적인 남성상에서 벗어나, 아내의 성공을 지지하고 평등한 파트너십을 보여줌으로써 사회 전반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브라운관을 달구는 화제작, 드라마 '첫 번째 남자'

정치 현실과 맞물려, 안방극장에서도 '첫 번째 남자'가 화두다. 2025년 12월 15일부터 방영을 시작한 MBC 일일드라마 '첫 번째 남자'는 복수와 욕망, 출생의 비밀이 얽힌 파격적인 스토리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드라마는 '두 번째 남편', '세 번째 결혼'을 집필한 서현주 작가의 '숫자 시리즈' 결정판으로, 방송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운명이 뒤바뀐 쌍둥이 자매의 치명적인 대결을 중심으로, 복수를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게 된 여자와 욕망을 위해 타인의 삶을 빼앗은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함은정이 1인 2역으로 분해 생활력 강한 언니 '오장미'와 재벌가 상속녀 '마서린'이라는 극과 극의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력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악의 화신' 채화영 역의 오현경이 역대급 악역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긴장감을 더하고, 윤선우, 박건일 등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합세해 예측 불가능한 관계를 그려내고 있다.

드라마 '첫 번째 남자'의 인기는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 때문만은 아니다. 여성이 서사의 중심이 되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은 현실 속 여성 리더들의 부상과 궤를 같이한다. 드라마 속 인물들의 갈등과 선택은 시청자들에게 권력과 가족,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며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비추는 거울, '첫 번째 남자'

2026년 현재, '첫 번째 남자'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정치 무대에서는 새로운 리더십의 동반자로서, 드라마에서는 욕망과 복수의 주체로서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가치관과 권력 지형을 반영하고 있다.

여성 지도자의 등장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고, 남성이 배우자를 위해 기꺼이 조력자가 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지는 시대. 그리고 여성이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쟁취하는 이야기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시대. '첫 번째 남자'라는 키워드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첫 번째 남자'들이 등장하여 우리에게 새로운 영감과 질문을 던지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